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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와 관련된 이야기

한국사와 관련된 이야기2 - 유충렬전 그 이야기

by 홀리페페 201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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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립적 구조

<유충렬전>의 전체적인 서사구조를 결정하는 거대한 ‘흐름’을 일대기적 구조라고 본다면, 각각의 사건과 갈등의 뼈대가 되는 것은 바로 대립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일대기적 구조가 주인공 ‘충렬’의 탄생에서부터 그가 영웅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다루며, 사건 전개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유기성에 관여하는 통시적인 구조인데 비하여, 대립적 구조는 충렬이 겪게 되는 고난과, 각각의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갈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시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충렬의 탄생에서 제시 된 바와 같이 충렬은 전생에 천상계 ‘대장성’이었으며, 정한담은 전생에 ‘익성’이었으나, ‘익성’의 무도함을 고해 벌을 받게 한 것에 대한 앙심을 품은 ‘익성’으로 인해 벌을 받아, 두 사람 모두 지상계로 오게 되었다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부터 예견 된 바와 같이 두 사람의 대립적 관계는 천상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품에서 충렬과 관계가 깊은 등장인물들은 모두 ‘선인(善人)’으로 그려지고, 정 한담 일파와 관계가 깊은 이들은 모두 ‘악인(惡人)’으로 그려진다. 선과 악으로 양분된 양 측의 대립적 관계는 충신과 간신이라는 성격으로도 똑같이 양분되며 마찬가지로 작품 전반에 걸쳐 서로 대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충렬의 편에서 충렬과 함께 충신으로 그려지는 이들에는 유심과 강 희주를 비롯하여, 천의 편에서 적국에 대항하여 함께 싸운 이 황, 조정만 등이 해당한다. 또한 직접적으로 군담 장면에 개입하여 싸우는 것과 같은 충신으로써의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으나, 간접적으로 충렬의 편에 서서 그를 도움으로써 선인의 위치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충렬의 모친이 기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 처사, 강 낭자와 강 낭자의 어머니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 준 금부나장 장 한, 충렬을 거두어 도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 준 백룡사의 대승, 강 낭자가 훼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 준 관비의 딸 연심, 강 희주를 도와준 조 낭자, 끝까지 훼절하지 않은 조 낭자 등이 모두 선인에 포함 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선인은 단순히 충렬과, 유심, 강희주 정도로 한정지을 수 있으나 거시적으로 본다면 ‘충(忠)’이라는 덕목을 지킨 유심과 강희주, 충렬을 비롯하여 천자를 위해 함께 싸운 장수들 역시 포함 될 것이며, 충렬이 ‘충’과 ‘효’의 덕목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대승 역시도 포함될 수 있다. 또한 강 희주를 아버지처럼 모시며 살뜰히 챙긴 조 낭자는 ‘효’의 덕목을 지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강 낭자가 ‘열(列’)의 덕목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준 연심 또한 모두 선인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이에 대립되는 악인에는 간신 정 한담과 최 일귀 등을 비롯하여, 장 부인을 고난에 빠지게 한 ‘마철’, ‘강 소저’의 훼절을 종용한 관비 등을 비롯하여, 군담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적국의 편에서 충렬로 대표 되는 천자의 편에 맞서 싸운 극한, 한진, 정문걸, 옥관 도사, 도사‘진진’, 호왕, 가달 왕, 마응, 마학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주인공의 고난과 주인공의 가족들이 겪는 고난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만들어 내면서 서사가 전개되도록 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다만,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 혹은 주인공 이 외의 등장인물들, 강 희주나 장 부인과 같은 주변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직접적으로 군담 장면에 개입하며, 충렬과의 적대적, 대립적 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인물들로는 적국의 장군들과 정 한담, 최 일귀 등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충렬뿐만 아니라 유심과 강희주로 대표되는 ‘충신’의 무리와 대립 양상을 보이는 ‘간신’이기도 하다. 이 들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 마침내 충렬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며 패배자의 입장으로 표현된다. 특히나 ‘마철’은 충렬과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인물인 동시에 충렬의 어머니인 장씨 부인이 고난을 겪도록 만든 인물로써 충렬이 겪는 직접적, 간접적 고난에 모두 개입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옥관 도사’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충렬과 대적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정 한담의 편에 서서 천기(天氣)를 읽음으로써 군담 장면과 관련 된 고난과 싸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충신과 간신에서 선과 악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대립 구조와 더불어,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인 군담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적국과의 대립 양상 역시 이와 같은 대립 구조 안에 포함 될 수 있다. 충렬로 대표되는 충신과 선의 무리는, 적국과 적국에 가담한 정 한담으로 대표되는 간신과 악의 무리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인다. 소설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해당하는 군담 장면은 선과 악이 실재적인 것들로 형상화 되어 직접 부딪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충렬과 정 한담의 대립은 추상적인 선과 악의 개념이 실재화 된 것과 같으며, 여기서 선과 악은 당시 유교적 관념에 입각하여 ‘충(忠)'과 ’불충(不忠)‘이라는 개념을 함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으며, 위기와 극복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이어지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적국이 우세한가 싶으면 명국에서 그를 제압 할 장수가 나서고, 다시 적국으로 기세가 기울어지면 충렬이 나서서 이를 제압한다. 하지만 충렬 역시 적국 장수의 꾀에 넘어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처럼 선과 악의 싸움, 충렬과 정한담의 싸움은 길게 이어지며, 정 한담이 생포되고 나서야 끝이 난다.작품 전반에 걸쳐 이러한 대립은 점점 심화되고 확장되는 구조로 발현된다. 충렬이 죽을 고비에 처하고, 부모와 이별하게 되는 작품의 전반부에서 충렬의 대립 상대는 단순히 충렬을 실존적인 위기 상황에 놓이게 한 정 한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충렬이 천자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 후반부에 이르면 충렬의 대립 상대는 정 한담일 뿐만 아니라, 정 한담 일파에 가담하여 명국을 위협하는 많은 존재들로 확장된다. 또한 전반부에서 충렬과 정 한담의 관계를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이나 개인적인 복수 의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대립 관계라고 한다면,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 사회적, 국가적인 대립 의식으로 점점 심화되어 감을 확인할 수 있다.이처럼 작품의 전반부에서 시작되어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충렬과 정 한담 일파의 대립이 길게 이어지면서 마침내 충렬이 거두게 되는 승리와, 충렬로 대표 되었던 충신과, 선(善)이 보다 강조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선과 악이 힘들게 대치할수록 선이 거두는 승리는 보다 값진 것이 되며, 그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한 충렬의 능력이 더욱 대단한 것으로 비춰진다. 대립 구조의 효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립이 첨예하면 첨예할수록, 대립이 강조되면 강조 될수록 마침내 승리하는 쪽이 더욱 긍정적으로 구현된다.

3) 반복 구조작품의 큰 흐름인 일대기적 구조와, 갈등을 구현해내고 조직화 하는 대립적 구조에 더불어 <유충렬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적인 구조는 바로 반복적 구조이다. 반복적 구조는 사건과 사건을 연결해 주는 성격을 만들어 내는 구조이자, <유충렬전>이 가지고 있는 사건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구조이다. 반복적 구조에는 크게 ‘위기와 극복’, ‘이별과 만남’의 두 가지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먼저 ‘위기’와 ‘극복’이 반복되며 소설의 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기와 구조는 주인공인 충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건들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 관련 된 사건에서도 잘 드러나는 구조이다. 충렬을 중심으로 한 위기와 극복의 면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충렬의 아버지 유심을 귀양 보낸 정 한담 일파가 충렬의 집에 불을 질러, 충렬과 장씨 부인을 죽이고자 하는 사건이 첫 번째 위기이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장씨 부인의 꿈에 나타난 도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충렬과 장씨 부인은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해낸다. 하지만 이내 뒤따라온 이들에게 잡혀 충렬이 바다에 빠지나 바위에 올라 앉아 있다가 남경 장사치들에 의해 다시금 위기를 극복한다. 또한 아버지 유심이 남긴 글을 보고 뒤따라 죽으려 할 때, 강희주가 나타나 충렬을 거두어 줌으로써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영웅으로써 활약할 수 있게 된다.충렬이 겪는 위기뿐만 아니라 충렬과 관련 된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다양한 고난과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구조 안에 놓여있다. 우선 충렬의 어머니인 장씨 부인은 충렬과 헤어지고 마철에게 잡혀가나 이내 도망쳐 나와 노부인의 집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노부인이 이 사실을 마철에게 알리려고 하여 장 씨 부인을 다시금 위기에 빠뜨린다. 이때에도 역시, 장씨 부인의 꿈에 도인이 나타나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주며, 선녀가 도움을 주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천덕산 한림동’에 이른 장씨 부인을 이 인학의 아들 이처사 집에서 도와줌으로써 부인은 비로소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훗날 충렬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충렬의 장인인 강 희주는 충언을 한 죄로 죽을 위기에 처하나, 고모인 황태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다. 또한 호국으로 잡혀가 위기에 놓여 있을 때에 조 낭자가 아버지처럼 극진히 살펴 줌으로써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희주의 부인과 딸 강 낭자는 강 희주에게 은혜를ㄹ 입은 적이 있는 금부나장 장한의 도움으로 관비가 되어 팔려갈 위기를 극복하나, 부인은 이내 자살을 선택한다. 강 낭자는 이후 관비 여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나, 관비 여인은 강 낭자로 하여금 수청을 들게 하는 위기에 놓이도록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관비 여인의 딸 연심은 이러한 훼절의 위기에서 강 낭자를 도움으로써 강 낭자가 겪는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천자는 모든 위기의 상황에서 충렬의 도움을 얻음으로써 목숨을 건지게 된다.위기와 극복은 이처럼 다양하게 반복되어 나타난다. 특히 충렬이 목숨을 건지는 장면이나, 충렬이 다른 이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장면에서의 특징적인 요소는 천상계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렬의 탄생에서부터 예견 된 천상계의 개입은 이 후, 지속적으로 충렬의 생애에 영향을 미치며 각 사건이 진행되도록 한다. 충렬이 처음으로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 장씨 부인의 꿈에 나타난 도인과, 선녀는 대표적인 천상계의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충렬이 황성의 위기를 감지하고 위기의 극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가도록 하는 계기가 바로 ‘천기(天氣)’를 읽는 것이라는 점 역시 천상계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천상계의 개입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정 한담 일파가 충렬의 아버지인 유심을 귀양 보낸 뒤, 천기를 읽은 도사가 ‘영웅이 황성 내에 있어 뜻을 이루기 어렵다’ 하여 정 한담이 충렬의 집에 불을 지르도록 명령을 내림으로써 충렬은 오히려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된다. 또한 정 한담 일파에 속한 옥관 도사는 군담 장면에서 천기를 읽어 정 한담 일파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천상계의 영향은 단순히 한 쪽에 국한되어 있다기보다는 지상계 전체의 일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마침내 선(善)이 승리할 수 있도록 주인공 충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상계의 무게 중심은 어디까지나 주인공과 선인(善人)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죽을 고비’라고 표현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있어 다양한 조력자들이 등장하여 목숨을 구해줌으로써 작품 전반에 ‘이별과 만남’이라는 새로운 반복 구조가 형성된다. 주인공 충렬의 이별과 만남은, 아버지 유심이 귀양을 가고, 어머니 장씨 부인과 헤어지면서 시작 되어, 남경 장사치들과, 강 희주를 만나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인연을 이어간다. 이후 강 낭자와도 만나 인연을 맺으나, 강 희주와 강 낭자와 이별하고, 백룡사의 대승을 새로이 만난다. 군담 장면에 이르러 천자와 태자 등을 새롭게 만나고 영웅으로 활약 하며, 앞서 헤어졌던 이들을 모두 다시 만나게 된다.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다양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충렬의 아버지인 유심은 충렬과 부인 장 씨와 이별하나, 이후 충렬을 통해 다시금 만나게 되며, 강 희주 역시 부인과 딸을 두고 귀양을 가게 되나, 조 낭자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되고, 충렬을 통해 다시 강 낭자를 만나게 된다. 다만 부인은 물에 빠져 죽은 터라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에 놓이게 된다. 천자의 경우 적국의 공격으로 인하여 황후와 태후, 태자와 이별을 하게 되나 충렬의 도움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다른 인물들의 만남에는 비교적 우연적인 요소들이 주로 작용하고 있지만, 황후, 태후, 태자 등의 만남에 있어서는 충렬의 의지와 구조가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이상에서는 <유충렬전>을 크게 일대기적, 대립적, 반복적 구조로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작품 전체를 보았을 때 천상계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나, 당대 체제를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현실 비판적 사고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점,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충렬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가 ‘충’과 ‘효’라는 중세 봉건적 이념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귀족적 영웅소설로서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정리 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이런 귀족적 영웅소설 <유충렬전>에 드러나는 당대 현실의 모습과 그 의미들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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